나의 생각 1995. 5. 6 : 다원적 자아, 깔때기, 얼굴 그림
나는 내 경험에 연관된 모든 정보를 그림으로 만든다. 이런 행위는 작품에 대하는 나의 태도, 혹은, 이 세계에 대한 나의 삶의 방식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나는 개인의 존재가, 하나의 둥근 입방체 안에 거미줄 모양의 수많은 매듭의 연결들과, 그 연결들의 방사체 구심점에 위치한 매듭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매듭은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초월하기 때문에 보이지 않고 만질 수도 없고, 어떤 규정도 할 수도 없는 존재이다.
내 그림 속에는 아주 많은 매듭들이 나타난다. 정치적 폭력, 고문, 문화, 고대유적, 성, 사랑, 동성애, 종교, 선교, 역사, 신비, 과학, 등의 많은 정보가 그림들 속에서 얽혀 있는 것이다.
나는 내 작품을 해석하기 위해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매듭을, 일단, 6 가지의 범주로 나누었다.
사회 SOCIETY, 종교 RELIGION, 역사 HISTORY, 과학 SCIENCE, 욕망 NEED, 사랑 LOVE 의 6 가지가 내가 나눈 큰 매듭이다.
나는 이 6 가지의 매듭에서부터 반사되는 편린들을 통하여 자아의 의미를 추적한다. 나를 둘러싼 모든 상황과 사건들이 어떤 행태로든 나에게 영향을 끼칠 것이고, 그 영향력이 작용되어온 길을 역으로 추적하면 자아의 모습은 나타날 것이다.
나는 그 추적장치로 "깔때기" FUNNEL 를 생각해 냈다.
깔때기는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 서로 연관성이 없는 사건들이 산재하는 혼돈의 세계와 논리적으로 정돈된 세계를 연결시켜 주는 매개체로서 내 그림에
나타난다.
또, 하나의 상징체인 얼굴형 FACE 도 그림의 중심에 나타나는데, 이는 가장 예민한 감각기관들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 직면해도,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어쩌면 가장 정확한 판단을 해 내는 기적적인 컴퓨터로서의 "얼굴" FACE, HEAD 은 자아가 매우 다원적이고 입체적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내 그림에 등장하는 혼재하는 사건, 상황들의 매듭과 깔때기와 얼굴은 내가 바라보는 세계를 아주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다.
나의 혼돈을 그림이 정리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그림의 힘은 직접 경험을 표현할 때 강해진다고들 말한다.
나는 경험의 영역을 매우 넓게 생각하고 있다.
내가 직접적으로 어떤 상황이나 현장에서 목격하지 않은 일들 일지라도 나의 감각기관 - 보는 것(사진조차도), 듣는 것, 먹는 것, 읽는 것, 냄새 맡는 것, 만지는 것 등-
에 포착되어 의식의 영역에 연결되어지는 자극들은 모두 직접 체험으로 규정하고있다.
따라서, 나는 나의 모든 감각기관에 통하여 입력되는 모든 현상들을 미술화시키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얼굴그림은 감각기관이 집중되어 있는 얼굴을 통하여 내가 생각하는 체험의 영역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체험의 영역이 확대될수록 표현과 상상력의 영역은 무한히 퍼져나갈 수가 있고, 의식은
더욱 자유로울 수 있다는 생각에 다름아니다.
Kwonyeo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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