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의 의미
나는 두가지 방법으로 나를 본다.
첫째는 나를 둘러싼 거울상으로 나를 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나 자신이 작은 벌레가 되어 내 몸 속으로 들어가 나 자신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는 방법이다.
나 개인의 시간들을 'Y' 축으로 한다면, 그 'Y' 축에 걸리는 최초의 강력한 기억들은 무엇일까? 그것들은 - 학교에서 일어난 짧은 순간들, 깡통차기, 고무신들, 어떤 여학생, 고무줄, 고향의 강물 범람, 눈썰매, 강가의 송사리 잡기, 착한 어린이에게 주는 머리 쓰다듬기, 반장선거, 병원의 약품냄새 등 - 수많은 단면이 이어진 연속된 역사이다. 그리고, 공간에 해당되는 'X' 축에 대응하는 요소들 - 경상도 사투리, 서울대학교 운동장, 경남 합천의 교회, 압구정동의 화실, 뚝섬의 아파트, 조용한 작업실, 나를 10년이나 보살펴 준 누나의 문간방, 꽉 짜여진 프라이드의 운전석 등 - 이 금방 떠오르는 나만의 공간이다.
이것들이 내가 그렇게 선택해야만 하는 개연성을 주고 있다.
두 번째의 바둑판은 나를 둘러싼 거울상의 조합들이다. 이를테면, 나를 교육한 많은 선생님들, 책들, 그리고 살아 나가는 많은 방법들을 가르쳐준 사회 현상들, 노동자들, 교회의 설교 소리들, 부모님의 굵어진 손가락, 단군 신화를 강조하는 소리들이 아주 작은 부분의 예들이다.
Kwonyeo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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