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1987: 던져짐
[실존공간-n] 과 [Form and Content-n] 을 제작할 때 근간이 되어온 나의 사상은 실존 철학이었다. 던져진 자신의 위치를 각성하고, 초월하려는 실존 철학이 비록 시대가 지나버린 철학의 한 사조에 불과할 지라도, 그것은 인간의 원초성과 본래성을 자각시키는 정신이었기 때문이다.
기계 문명의 발달과 대중적 인간 속에서 참다운 인간성은 소외당하고, 정신적 인간은 좌절과 절망을 가진 채 한계 상황에 던져져서 그 정신적 좌표를 상실하게 되었다.
이런 위기감에서 나에게 비젼을 제시해 준 사람은 구석기 시대에 동굴에서 동물들을 그려온 카리스마를 가진 제사장으로서의 화가였다. 그들 구석기 시대의 화가들은 평면을 사용하면서도 자연과 합일하였다. 떠도는 정신을 포착해 내는 고고한 사제이고, 탐구하는 과학자인 구석기시대의 화가는, 시공을 초월하여 우리 시대에 명쾌한 규범을 제시한다. 그들의 전 생애는 하나의 예술품이었고, 그들은 진실을 창조했다.
나에게는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 내려는 열망과 평면 회귀에 대한 강한 신념이 있었다. 그 열망과 신념은 절망적인 시대정신과, 누적적으로 획득한 수많은 미학적 개념과, 환영을 위한 고안들과 만나서 내가 자의적으로 설정한 평면회화에서의 6가지 원칙을 낳았다.
그 6가지 원칙은 형식과 내용, 추상성과 구상성의 합일을 구체적 목표로 한다.
6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견고한 배경과 얇게 그려진 인간
2) 부분적 추상과 전체적 구상
3) 단계적인 제작 과정
4) 각 부분의 다른 양식들
5) 드로잉의 원리-과감한 구도, 날카로운 직선, 강렬한 광선, 전혀 다른 공간의 조합
6) 전면 이질 추상적 형식은 색채와 내용에 의해 통합된다.
이 시대는 물질성이 정신성을 지배하고, 기계화에 의해 인간성은 소외당했다. 인간은 대중 속으로 묻혀 져서 개인의 실존을 상실하게 되었다. 인간의 대중 매체에 의한 수평화는, 조직에 의해서 조종을 당하는 톱니바퀴 같은 개인을 가져 왔다. 마침내 인간은 타락한 세계에 중성인의 성격으로 던져지게 되었다. 이제 인간은 절망에서 회생으로, 한계상황에서 초월로 전환해야 한다. 인간은 창조하는 행위로서 투기하고, 선택과 결단을 해야 한다.
그러한 결단을 위해서 내가 선택한 것은 미술행위이다. 나는 작품을 통하여 실존을 확인하고, 실존 확인의 과정에서 6가지 원칙을 고안했다. 실존 확인을 위하여 고안한 이 6가지 원칙에는 나름대로 창조성에 대한 열망이 숨어있다. 그리고 이 6가지 원칙의 내면에는 피그말리온적 기대와 장인 정신도 숨어있다. 내가 바라는 장인정신이라는 개념은 오랫동안 쌓은 손의 끈기와, 사제적인 생활 태도와, 과학자적인 탐구 정신이 내가 제작한 작품의 저변에 항상 살아 있는 것을 말한다. 작품활동은 나에게 있어서 절대적인 실존 방식이고, 절실한 생존의 이유이다.
Kwonyeo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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