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실존’에 대한 예술적 승화

 김병철



지역 미술인들에게 왕성한 전시활동 공간이 되면서 미술애호가들에게 편안한 감상의 자리가 되고 있는 서신갤러리에서 [지용출판화전]에 이어 [권여현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지난 4일부터 오는 14일까지 전시를 갖게 되는 [권여현개인전]은 ‘아름다운 시절’이라는 연속적인 테마를 두면서 각 작품마다 변별적ㅇ니 내면의 메시지와 신념에 충실한 것이 특징이다. 동시에 전쟁, 고문, 기아, 등 비극적인 세계사의 담담한 고백과 함께 고대유적, 사랑, 선교등 인류가 걸어온 목적의식적 순례의 길을 화면 곳곳에 소집해놓고 있다.

작가는 인류의 역사, 사회, 문화, 종교, 성, 과학 등의 모든 현상이 자아로부터 분리 또는 합일에 이르는 모순과 대립, 갈등과 매듭이 규정짓는 철학적 규명에 솔직하면서 이들의 이미지 재현에 성실하고 응답하고 있다.

이는 ‘실존적 자아의 개척’으로 대변되는 작가의 작품세계와도 긴밀한 연대를 호소하는 등 자아의 형성배경과 이를 통한 자아의 작용에 대한 의문도 화두로 떠올리게 하고 있다.

초기 권여현 화가의 작품은 항상 소란스러웠으며, 때로 어둡고 무거운 톤의 강조는 많은 미술가들 사이에서 화자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수많은 등장인물과 사건 등이 화면위에 차례로 나열되면 서로 얽히는 과정에서 하나의 테마를 만들어내는 것이 독특한 그의 작품세계이기도 하다.

또한 단조로운 화면구성과는 달리 수많은 역사적 사건과 질곡들을 만나게되는 것도 그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자유’와 ‘실존’에 대한 강한 메시지 때문이다.

권여현 화가의 작업은 자기만의 명백한 고집과 세계로 무장된 채 십여년이 지났다. 전쟁을 통한 세계사의 서사적 조명은 무엇보다 작가의 작품의도를 잘 반영해주고 있다. 그가 굳이 설명하려들지 않아도 화면 곳곳에 눅눅하게 남아있는 역사의식은 80년대의 민중적 열망과 포스트모더니즘이 빚어낸 탈구조적 예술행위가 서로 반증의 형태로 만나 그의 작품속에 몰입되어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때로 그것들은 아련한 추억과도 같은 향수를 느끼게 하지만, 무엇보다 인간적인 모순, 대립 등을 반어적인 기법으로 웅변하고 있어 이를 감상하는 이들에게 강한 인상이 전달되고 있다.

특히 젊은이로서 표현의 범위가 확대된 80년대 후반의 그에게는 한바탕 질러보고 싶었던 긴 외침의 굴절된 역사와 모순의 사회가 작품 곳곳에 흐르고 있음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권여현 화가의 신화를 알리는 분수령이 되고 있다.

그러면서 자기만의 색채와 기법으로 새롭게 조명하고 있는 역사의식은 현재도 그의 작업에서 진행중에 있다. 허구와 환상이 아닌 현실에 대한 자각과 함께 작가의신화는 그의 주변에서 일어났던 사건과 일들이 공상화되지 않고 차가우리만치 사실적인 기법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대부분의 지난 역사가 그렇듯이 낡은 것에 대한 답습이 아닌 그의 신화를 기초하는 실재 사건의 기록인 동시에 서사적 조명을 의미하고 있다. 이는 모순에 대한 새로운 관습, 그가 말하는 억압에 대한 자유의 상징으로서의 현재적 의미이기도 하다.

이같이 권여현 화가는 이번 전시에서 자신의 신화를 직접 서술하는 사진을 등장시키고 있다. 사진은 실제 일어난 많은 사건을 담당하고 있어 특히 그의 신화에 대한 객관성을 부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실제적인 증명과 함께 관객으로 하여금 혼성기법에서 오는 논란 그 자체에 대한 이ㅐ성적 판단도 상당 중시되고 있다.

그러면서 사진들은 단순히 그의 신화를 기초하는 수단으로만 사용되지 않는다. 거기에는 또 다른 작가 자신만의 고집과 세계가 강줄기처럼 흐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권여현 화가는 신화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누구인가? 그 질문에 다가서는 방법으로 나는 드로잉을 택했다. 드로잉은 그 행위 자체가 전체과정이므로 직접적이고, 날 것이며 시간성이 중요하다. 따라서 순수성이 탈색되기 전에 고착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마치 생선회와 같이 싱싱하고, 순수하며 직접적으로 대상과 연대하는 매카니즘이다”라며 권여현 화가는 사진의 방법을 선택하게 된 배경과 자기만의 신화를 밝히고 있다.

권여현 화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85) 및 동대학 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87)했다.

서울대, 동국대, 성신여대, 동덕여대, 경기대 등 수많은 대학 강단에 섰으며, [생동하는 미술총서(ART VIVANT-26 권여현)을 저술하기도 했다.

권여현 화가는 ‘제9회 창작미협공모전 대상수상(미술회관,84)’를 비롯해 ‘86동아미술제 동아 미술상 수상(국립현대미술관,86)’,‘제13회중앙미술대전우수상수상(호암갤러리,90)’,‘제10회석남미술상 수상(91)’,‘제1회한국일보청년작가전 우수상수상(백상갤러리,95)’등 수많은 수상경력이 있다.

이와 함께 대구 ‘태백화랑’(88), ‘토갤러리’(88),‘동숭아트센타’(90),화랑예술제‘예술의 전당’(91),‘남경화랑‘(91),’요코하마 인터내셔날 아트페어‘(92),’금호미술관‘(92),’한국갤러리‘(92),’화랑사계‘(94),’이콘갤러리‘(96),’한국갤러리‘(97) 등 수많은 개인전을 가졌다. 지난 85년부터 97년까지 스페인, 대만, 일본, 미국, 싱가폴, 헝가리, 프랑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을 비롯해 국내외 140여회 단체전을 가진 바 있다.

권여현 화가는 현재 원광대 미술대하가 서양학과 조교수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강사로 재직중에 있으며, 왕성한 평론과 작업을 펼치고 있는 젊고 역량있는 화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