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업 - 분장의 의미
1997
인간은 정신과 몸체로 이루어져 있고, 몸체는 각종의 기관으로, 신경조직으로, 긴밀히 연결되어있다. 이런 유기적인 연결은 마치 우주의 조성이나 인간사회의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와 매우 닮아있다. 노자나 장자를 언급하지 않아도 우리 동양인의 사상의 깊은 근간은 음양(陰陽)의 갈등과 조화가 일(一)을 만들고 일은 이(二)를, 이는 삼(三)을 , 삼은 사(四)를, 계속 만들어서 결국은 삼라만상을 만들고, 그들은 뿌리가 같으므로, 서로 다르면서 한 몸임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라는 것을 선험적으로 체득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자의적으로 인간 사회의 커다란 줄기를 6가지 범주로 나누었다.
그것은 사회(SOCIETY), 종교(RELIGION), 역사(HISTORY), 과학(SCIENCE), 욕망(NEED), 사랑(LOVE)의 6가지이다. 나는 나의 정교하고 거대한 컴퓨터인 "나" 의 의식 속으로 마치 바늘구멍 카메라의 구멍과도 같은 눈, 코, 입, 귀 등의 감각기관과 직감을 통하여 이 6가지의 현상을 입력하여 나의 의식과 무의식의 방에 저장시켜 왔다.
나에게 입력된 정보들은 시간도, 장소도, 내용도 알 수 없는 무한한 정보가 대부분이고 그 정보가 저장되어 있는지 조차 내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는 왜 이런 선택을 하는가?,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가?, 나의 행동은?, 나의 사고방식은?, 모두가 의문이고 경이롭다.
"나는 누구인가?" 그 질문에 다가가는 방법으로 나는 [드로잉]을 택했다.
드로우(DRAW)는 무언가로부터 정수(ESSENCE)를 끄집어내는(HOOK) 것이고, 드로잉(DRAW-ING)은 그 행위(DRAW)의 전체 과정이므로 직접적이고, 날 것이고, 시간성이 중요하며, 순수성이 탈색되기 전에 고착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마치 생선 회 와도 같이 싱싱하고, 순수하고, 직접적으로 대상과 대면하는 매카니즘이다.
나는 이러한 생각으로 사진의 방법을 택했다.
나는 사진드로잉을 통하여 나의 무의식에서 "나"를 만들고 , 성장시키고, 활동하게 하는, 그 무엇을 6가지의 낚시줄로 건져 올리고자 하였다. 이렇게 건져 올린 형태를 즉각적으로 사진으로 드로잉하여 나열함으로써 "나는 무엇인가?"에 접근하고자 하였다.
나는 음과 양을 표현하기 위하여 일상의 모습과 여장을 하였고, 역사, 사회, 종교를 표현하기 위하여, 수도사, 소방수, 할아버지 등으로 분장하기도 했다. 나는 나의 기억의 레이다에 포착되는 사건이나 어린 시절의 강한 기억들을 지난날의 실제사진을 보고 재현하는 분장을 하거나, 내가 되고 싶었던 사람으로 분장하여, 다원적이고, 자기분열적인 모습이 (서로 다른 형태이지만) 결국은 한 몸임을 절실히 느끼게되었다.
자아를 형성하는 일은 아주 작은 사건이나 아주 짧은 시간의 기억이라도 , 혹은 자신이 인식하지 못하는 형태라도 시공을 초월하여 관여하고 있다. 또, 자아를 형성하는 일은 물리적인 시간이나 공간과 어느 정도 무관하기도 하다. 개개인의 성향의 차이가 그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내가 소품을 만들고 준비하면서 나의 뿌리를 인식하고 사진을 통하여 페인팅(PAINTING)과 다른 리얼리티를 획득하는 일이 나에게는 매우 중요한 작업방식이다.
그 이유는 다원적인 "나(EGO, SELF)"를 가능한 한 다양한 시점과 방법으로 볼수록 "나"에 대한 접근이 더 심화되기 때문이다.
1. 여성-음/양 중에서 음을 상징
2. X세대-기존질서에 도전하고 파격적인 성격을 상징
3. 아버지의 이름-유교사상, 기존질서를 유지하려는, 혹은 넓은 마음을 상징
4. 광부-시골 생활에서 늘상 접한 노동의 가치를 표현
5. 상류사회-노동의 가치를 중시하고 소중히 하면서도 안락하고 성공한 상류지향성을 상징
6. 총-법의 보호를 받으면서도 스스로 법을 집행하고 싶은 심리적 우상을 상징
7. 칼-요리사를 통하여 상업에 종사하던 집안의 분위기를 상징
8. 전사1-6.25 전쟁 당시 육군 상사이셨던 아버지의 사고방식과 생존의 의미를 상징
9. 전사2-화가의 자세는 이론의 중무장과 뜨거운 가슴, 그리고 자유로운 손이고 예술행위는 전투임을 상징
10. 자연-머리에는 털모자를, 상의는 아버지의 한복을, 하의는 신세대의 청바지를 신발은 할아버지의 겨울 농사화를 신고있는 복합적이고 부조리한 심리를 상징
11.북맨-지식의 만능주의와 활자의 맹신을 경계함.
12.혼돈의 時節,시위자.-우리 세대가 겪은 청년시절의 회상. 세상의 부조리에 대항하는 시각과
그들의 문화적 갈등, 좌절, 양심의 방황과 정의에 대한 용기를 묘사.
13.사제-종교의 숭고함과 세속성을 복합적으로 묘사.
14.소방수-사회의 다양한 현상을 컨트롤하고 방어하는 기제를 상징
15.누드-성적 욕망을 상징
16.일상-음과 양 중에서 남성으로서의 자아
17.힘든 역사-우리민족의 역사가 힘든 여정을 지나왔고, 격동의 변천사를 거쳤음을 상징
18.乞人-인간의 고상함과 반대급부로서의 빈한함을 상징
19.決斷의 時節, 일도양단-유화적이고 우유부단한 나의 성격에 대한 역작용으로서의 단호함을 상징, 항상 결단을 내려야하는 숨가쁜 시절을 지났음을 상징
20.아름다운 時節, 思春期-유년시절의 아름다운 기억과 영향을 상징
21.强制徵兵, 학도군-정신과 물질문화에 스며든 일본문화에 대한 경계와 역사를 돌아봄으로서
나의 정체성을 확인함.
Kwonyeo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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