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의 세계 --- 권여현 저

서 문





이 책은 크게 세 가지의 특징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첫 번째 특징은 여기에 수록된 거의 모든 작품의 형성과정이 실제 수업시간에 계획된 커리큐럼에 따라 실습을 통하여 이루어진 작업들이라는 것이다. 즉 현장성이 강한 실제적인 작품들인 것이다.

두 번째 특징은 이 책을 서술하는데 자료가 되는 작품들은 거의 모두가 학생들의 손으로 만들어진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수년간의 학생들과 함께 연구하고 제작해낸 작품들을 슬라이드로 만들어서 교육현장에서 활용해온 것들이고, 부득이한 경우에만 몇 점을 기성작가의 작품으로 사용하였다.

세 번째 특징은 서술방식과 내용들이 실제 수업시간에 이루어지는 언어 구사나 평가 방법, 작업 전개, 작업 진행 등을 마치 이야기하듯 서술했다는 것이다.


수년간 대학의 교육현장에서 드로잉을 지도하면서 느낀 점은 학생들의 대부분이 드로잉에 대한 개념이 확실하게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업에 참가한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대학 입시제도나 대학 교육상의 커리큘럼을 살펴보면 마치 드로잉은 소묘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것으로 대부분의 학생들은 인식하고 있었고 이 점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그러나 드로잉은 매우 확장된 개념이다. 드로잉은 '발상' 그 자체이므로 매우 다양한 표현과 기법을 공부할 수 있는 학문의 미개척 분야이기도 하다.

나는 드로잉을 학문적으로 공부하기 위해서 도서관이나 많은 서점을 둘러보았지만, 드로잉 책들의 대부분이 외국 서적이거나 번역서이고, 또 우리의 교육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드로잉을 학문적으로 공부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나는 감히, 우리의 손으로 만들어진 드로잉 책을 욕심 내게 되었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아도 누구나 만화책을 보듯 쉽게 펼칠 수 있고, 미술대학 학생들도 학년별로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참고서 같은 책을 한번 만들어 보고 싶었다.

이 같은 생각으로 수년간 모아온 자료와 원고들을 대학의 드로잉 커리큘럼에 연결시켜 저술하였다.

이 책은 전체를 크게 드로잉의 개념과 실습으로 나누고 드로잉의 개념 부분에서는 드로잉에 관한 기본개념과 역사, 현대미술에 있어서 드로잉의 위상과 역할을 다루었다.
두 번째 장에서는 드로잉의 실습과 응용을 대학 드로잉의 커리큘럼에 연결시켜 네 개의 단락으로 실습의 단계를 분류하여 구성하였다.
드로잉 실습 1장에서는 주로 기초적인 드로잉을 다루고 있다. 즉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묘사로서의 드로잉과 다양한 재료 기법으로서의 드로잉을 공부할 수 있게 구성하였다.
2장에서는 좀 더 깊이 있는 드로잉을 연구할 수 있는 심화 과정으로 구성하였다.
3장에서는 이 책의 내용중 가장 아카데믹하고 본질적인 드로잉 과제들을 다루고 있다. 또 습작의 단계에서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는 본격적인 작품으로서의 드로잉을 공부할 수 있다.
드로잉의 응용이라고 할 수 있는 4장은 드로잉의 개념이 입체로 혹은 퍼포먼스같은 개념의 공간으로 어떻게 확장되는가를 보여 주고 있다.

나는 이 책을 보는 많은 독자들이 좀 더 다양하고 개방적인 사고 방식으로 미술을 대하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미술이라는 것이 일부 계층에서만 향유하는 어려운 작업이 아니라 누구나 재미있게 대할 수 있고 자기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매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끝으로 어려움 속에서도 이 책을 선뜻 출판해준 재원출판사 팀과 열정으로 원고를 정리해준 김재훈 군에게 감사를 표한다